아무말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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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병에 걸린것 같다. 세상을 향해 나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고 귀찮은 병. 또박또박 자기 의견을 말하는 상대에게 정말이냐고 묻고 의심하는 병. 이런 속내가 바깥에 알려지는 순간 잘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에게 쉽사리 비겁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될까 걱정하는 병. 병이 병을 낳는 양상이라 날이 갈수록 병의 종류가 늘고있다.  


엄마 말로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씩 지어내며 떠들던 영특한 아이였다는데 어릴때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려서 그런걸까?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는 인간으로 살아보겠다는 어설픈 욕망이 이번 생을 망친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한때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영혼 없이 잘도 지껄였다. 영혼없는 말이란 얼추 추임새와도 비슷해서 자기 검열 인식 상에서의 도덕과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가급적 상대의 의도에 크게 반하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마무리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흐름이다.


A : 파란색과 노란색 티셔츠 중에 어떤게 더 잘 어울려?

B : 둘 다 잘 어울려. 원하는 걸로 해.


관계적 평화를 유지하면서 사는데 유리하지만 이것도 분명 폐해가 있다. 회색분자, 사랑이 없다, 앞뒤가 다르다. 다양한 형태의 피드백으로 공격을 당할 수 있다. 쏴리. 나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건 아쉬울 것 없는 순수한 영혼들에게나 허락되는 일이라 믿고 있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자고 시작했는데 완전 지친다. 

목표는 하루에 하나씩, 아무말 대잔치!